[기고] 3. 행정통합의 ‘거대 담론’인가, 인구 분산의 ‘실무 전략’인가

김용국 기자
등록일자 2026-01-28 09:13:53
이종학부회장(사단법인 인구 및 지방소멸대응협회)

<‘20조 원의 신기루’를 넘어선 실질적 인구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 행정통합이라는 처방전, 소멸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고 있는가

최근 대한민국 지방 행정 체제의 대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구·경북(TK)은 통합 특별법 제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으며, 부산·경남 역시 주민투표를 통한 통합을 선언했다. 특히 광주·전남은 최근 ‘전남광주특별시’라는 통합 명칭에 합의하고, 행정 공백과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주와 전남(남악·출장소)에 총 3개의 청사를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정부 또한 이에 발맞춰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총 20조 원 규모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안을 발표하며 ‘지방 주도 성장’의 판을 깔아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명칭을 합의하고 청사를 분산 배치하는 등 행정 구역의 경계를 허문다고 해서, 떠나가는 청년들이 발길을 돌리고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흐르겠는가? 정부가 내놓은 인센티브의 핵심은 재정 지원과 위상 강화, 공공기관 이전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추진해온 균형발전 정책의 ‘확장판’일 뿐, AI 시대가 불러온 ‘노동의 변화’와 그로 인한 급격한 인구 이동의 본질을 꿰뚫는 전략으로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진다.

■ ‘4년 20조 원’의 역설: 예산 투입이 소멸의 면죄부가 될 수 없는 이유

정부가 약속한 ‘4년간 2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 지원은 언뜻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들이 왜 인구 유입의 마중물이 되지 못했는지 복기해봐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낼 뿐, 자생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결국 ‘예산 중독’에 빠진 거대 지자체만 남길 뿐이다.

특히, 한시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은 지자체들로 하여금 본질적인 구조 개혁보다는 ‘예산 따내기’ 식의 속도전에 매몰되게 만든다. 20조 원의 예산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불러올 일자리 지형 변화에 대한 대비책 없이, 과거 방식의 도로 건설이나 대형 청사 건립 같은 토목 사업으로 흘러간다면 그것은 ‘지방 살리기’가 아니라 ‘지방 연명 치료’에 불과하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이 예산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지방의 체질을 바꾸는 ‘인구 분산 콘텐츠’에 정밀하게 타격되어야 한다.

<‘메가시티’ 속도전 속에 가려진 특별자치시도의 소외를 경계하며>

■ 통합의 함정: 거대 도시로의 ‘내부 빨대 효과’와 국가적 역차별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인구 분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통합 이후의 ‘내부 설계’와 ‘대외적 형평성’이 치밀해야 한다.

첫째는 통합 지자체 내부의 균형이다.

광주·전남이 3개의 청사를 두기로 한 것은 지역 내 소외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단순히 행정 기구를 분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광역 단체를 합칠 경우, 통합특별시 내에서도 인프라가 집중된 거점 도시로 인구가 쏠리는 ‘내부 빨대 효과’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외곽의 군 단위 지역이 통합의 이름 아래 소외된다면, 이는 지방 내에서 또 다른 일극 체제를 만드는 꼴이다. 진정한 통합은 어디에 살든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리는 ‘정주 생활권 통합’이어야 한다.

둘째는 국가 전체적인 균형과 특별자치시도의 역차별 문제다.

최근 제주·세종·강원·전북 등 4개 특별자치시·도가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한 우려는 매우 뼈아픈 지적이다. 먼저 출범하여 지방분권의 실험대 역할을 해온 이들에게 주어졌던 권한과 특례가, 새로운 대규모 행정통합 지자체들에 부여될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묻혀 형해화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을 살리기 위해 다른 지역의 기회를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조 원의 재정 지원은 전국 어디서나 AI 시대의 혜택을 누리는 ‘상향 평준화’를 지향해야 한다.

■ AI 시대의 분산 전략: 기술이 허무는 물리적 경계와 신(新) 정주 모델
필자는 앞서 AI가 모든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에는 교육과 직업 때문에 지방을 떠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통합의 성패는 바로 이 ‘기술적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통합특별시나 특별자치도가 확보한 강력한 자율권을 바탕으로, 각 지역이 특화된 기능을 분담하는 ‘초광역 협력 모델’을 실현해야 한다.

수도권의 혼잡을 대체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정주 거점'과 대규모 자본·기술이 결합한 ‘AI 제조·물류 허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자연환경이 우수한 외곽 지역은 창의적 인재들을 위한 예술·연구 거점으로, 중심 도시는 첨단 산업의 엔진으로 기능하며 서로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건물과 인력을 옮기는 물리적 이전을 넘어, 해당 지역의 특화 산업 및 AI 인프라와 결합한 ‘디지털 앵커’가 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AI 기반의 세련된 교육·의료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공급할 때 비로소 청년들은 ‘내 고향에서도 미래 지향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방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정착 엔진’이다.

■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고통만 남길 뿐이다 행정통합은 지방 소멸을 막을 ‘열쇠’가 될 수 있지만, 시도민의 공감대와 치밀한 전략이 없는 통합은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킨다. 이제는 ‘어디를 합칠 것인가’ 혹은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외형적 논의에서 벗어나, ‘합쳐진 공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방 주도 성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인구 분산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설계되고, 기존 특별자치 지자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행정통합만이 대한민국을 소멸의 벼랑 끝에서 구할 수 있다. 기술이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지방자치TV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용국

[기고] 5. 지방 소멸의 해법, ‘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와 세대 융합형 선순환 경제

사회
■ 흔들리는 성장의 사다리 : 소외감과 낙망의 고용 시장“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경구는 구직 단념 청년 73만 명 시대의 차가운 현실을 관통한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본질적인 이유는 단순한 일자리 수의 부족이 아니다. 지역 사회로부터의 철저한 소외감, 그리고 ‘내 자리’가 없다는 낙망이 그들을 수도권이라는 좁은 문으로 내몰고 있다.현대 고용 시장은 AI 도입 가속화로 인해 ‘연공편향적 기술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숙련된 기성세대의 업무는 효율화되는 반면, 청년들이 경험을 쌓아야 할 기초 실무는 AI가 대체하며 ‘성장의 사다리’가 붕괴한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역시 녹록지 않다. 숙련된 4050 중장년층조차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 거대한 기술적 변혁기는 역설적으로 지방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퇴직 인력이 보유한 휴먼 네트워크와 실무 노하우는 지역 청년들의 성장을 견인할 강력한 자산이자, 세대 융합형 선순환 경제를 구축할 핵심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구 분산 전략 : ‘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 모델필자는 춘천시와 경상북도 등 전국의 지자체와 협업하며 고립 청년을 지역의 핵심 주체로 육성하는 ‘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델은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병행하여 숙련도를 높이는 독일의 ‘교육-직업 이원화 제도(Dual System)’를 우리 지방 행정에 접목한 실전형 인재 양성 시스템이자, 수도권에 집중된 인적 자원을 지방으로 끌어들이는 인구 분산 전략이다.모든 청년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고 지역 특산물의 수요를 예측하거나, 생성형 AI로 맞춤형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 유통망을 설계하는 ‘AI 오퍼레이터’로서의 역량이 훨씬 중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청년들이 직접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솔루션을 도출할 때, 정책의 수혜자에 머물던 이들은 비로소 로컬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정착을 견인하는 촘촘한 네트워크와 ‘로컬 루프(Local Loop)’청년의 지역 안착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정책적 연결 고리가 필수적이다. 첫째는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청년들이 지역 공모 사업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며 가족·지인과 같은 촘촘한 인적 결속을 형성할 때 정착 의지는 강화된다. 둘째는 중장년층의 지혜를 통한 세대 간 시너지다. 수도권에서 이주한 4050 멘토들은 청년의 아이디어에 실무적 안전판을 제공하며 실패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기댈 언덕이 된다. 셋째는 공적 자산의 선순환 경제 구조, 즉 ‘로컬 루프(Local Loop)’의 확립이다. 지자체와 국가의 예산이 외부 용역사가 아닌 지역 청년의 일자리와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 중장년의 노하우와 청년의 실행력이 결합하여 생산한 부가가치가 지역 내 임금으로 지급되고, 그 임금이 다시 지역 상권의 소비로 이어지는 세대 융합형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때 청년의 효능감은 지역의 자생적 자립으로 이어진다.■ 5극 3특 전략을 완성하는 정책 주체화의 엔진정부의 ‘5극 3특’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역적 거점 구축이라는 거대 담론을 채울 미시적 실행 엔진이 필요하다. 아무리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해도 그 안에서 실제 콘텐츠를 생성하고 정책을 집행할 사람이 없다면 소멸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는 권역별 성장 엔진을 움직이는 정책 주체다. 청년은 AI를 활용한 실전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중장년 멘토는 그들의 안전판이 되어 세대 협력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공적 예산이 세대를 아우르는 인재들의 소득이 되고, 그 활력이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이 모델이야말로 5극 3특 전략을 주민의 삶과 밀착시키는 유일한 열쇠다.■ 결언 : 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 지방 시대의 실질적 인구 분산 전략지역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효능감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내 자리'가 있다는 확신은 청년을 지방의 주인으로 만든다. 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 모델은 단순히 개별 지역의 성공 사례를 넘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인구 분산의 핵심 도구이자 지방 소멸 시대의 근본적인 생존 전략이다.복지와 문화, 정책을 유기적으로 잇는 청년들의 도전이 국가적 시스템으로 안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방 시대가 열릴 것이다. 도산 선생의 말씀처럼 청년이 희망을 품고 움직이는 지방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제 청년 프로젝트 메이커스라는 거대한 이정표를 통해 대한민국의 인구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지속 가능한 균형 발전의 미래를 열어갈 때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지방자치TV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용국 2026-02-10 08:58:12

안남일 한국축제포럼 회장, “현장과 사람이 중심인 축제 문화 만들어야”

프로그램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문화 콘텐츠 전공 교수이자 한국축제포럼 회장 축제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내실화와 공동체적 의미 강조
안남일 한국축제포럼 회장은 지난 1월 19일 지방자치TV 대표 인터뷰 프로그램 '더 인터뷰'에 출연하여, 대한민국 축제 문화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깊은 견해를 밝혔다.안남일 회장은 "축제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그 축제가 지역민에게 얼마나 기억에 남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좋은 축제란 지역민들이 행복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라며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담아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특히 최근 논란이 된 축제 현장의 바가지 요금 문제에 대해선 "상인의 양심뿐만 아니라 축제의 관리 시스템이 철저히 정비돼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며 시스템적 접근을 촉구했다. 축제 관행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관은 여건을 만들어 주고, 주민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전문가는 기획에 전념해야 한다"는 삼박자를 갖춘 축제 운영 방식을 제안했다.한국축제포럼 활동과 관련해서는 "학계, 축제 현장 전문가, 시민 등 다양한 구성원이 축제를 연구하고, 탐방하며, 향유하는 단체"라고 소개하며 "축제를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마지막으로 안 회장은 "축제의 진정한 성공은 화려한 성적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부심과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며, "재미와 적극적인 참여가 결합될 때 지역 축제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안남일 회장이 출연한 '더 인터뷰'는 2편으로 나눠 방송되며, 1부는 2월 6일(금) 오후 1시 30분, 2부는 2월 13일(금) 오후 1시 30분에 지방자치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지방자치TV 대표 인터뷰 프로그램 ‘더 인터뷰’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30분에 방송되며, 유튜브(www.youtube.com/@지방자치TV)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김용국 2026-02-04 18:33:10

[기고] 4. 5극 3특의 장밋빛 청사진, 지방 소멸의 가속 페달인가

사회
<수도권 집중의 모순을 넘어 청년이 정착하는 실질적 지방분권으로> ■ ‘5극 3특’의 설계도와 가려진 자기모순지방시대위원회가 확정한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대한민국을 5개의 초광역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로 재편하여 자생적 성장 엔진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국토 개조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R&D 부문에 2조 원을 투입하고 500개의 AI 팩토리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얼핏 담대한 행보로 보이나, 그 설계도의 기저에는 치명적인 자기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균형발전이라면 비수도권의 자생력에 집중해야 함에도, 수도권을 발전 전략의 한 축인 ‘극(極)’으로 포함함으로써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이러한 모순은 국토교통부의 행보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14주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며 시장이 들썩이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수도권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한쪽에서 지방을 살리자고 외치며 다른 한쪽에서는 수도권에 거대한 주거 성벽을 쌓아 청년 인재를 붙잡아두려는 이중적 행태다. 정부가 수도권을 ‘불패의 안전 자산’으로 공인해주는 상황에서 지방 정착을 선택할 청년은 사라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뿐이다.■ 현장의 목소리: 하드웨어에 갇힌 초광역화의 함정현장과 학계의 우려는 더욱 구체적이다. 초광역권 전략은 기본적으로 대도시 중심의 산업 거점화를 전제로 하기에, 광역시가 없는 강원·전북·제주 등 ‘3특’ 지역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전략적 소외가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 설령 권역 단위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해도 인프라가 갖춰진 거점 도시가 인근 소도시의 인구와 자본을 흡수하는 ‘내부 빨대 효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권역 내 내부 격차 문제로 치환하는 것에 불과하다.나아가 주민 숙의 과정이나 지방선거 제도 개혁 없는 관료 주도형 통합은 주민의 삶과 괴리된 ‘탑다운’식 속도전에 머물 우려가 크며, 실질적인 세원 배분 없는 명목상의 특별자치 또한 자생력을 담보하지 못한다. 결국 정주 여건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결여된 하드웨어 중심 투자는 정착하지 못하고 교육과 미래를 위해 이동을 선택하는 ‘떠도는 청년 인구’만 양산할 뿐이다.■ 인적 자본의 정주: 학벌주의 타파와 직무 중심 교육 혁명따라서 5극 3특이라는 초광역권 하드웨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채울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러야 할 실질적 이유를 제공하는 ‘인적 자본 정주 전략’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구시대적 학벌주의 모델에 매몰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청년들이 수도권 서열 구조에 편입되기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교실에서 소모하게 두는 대신, 특정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에 공인받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소학위제)’를 도입해 사회 진입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겨야 한다.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 산업 현장이 곧 캠퍼스가 될 때 지역 인재의 실질적 정착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미래 생태계: 로컬택트와 디지털 아고라의 실현동시에 AI가 지능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적 흐름을 수용한 ‘로컬택트(Local-tact)’ 일자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임금 노동이 축소된 자리에 인간적 가치를 생산하는 제3섹터를 지역 특화 산업과 연결하고, 초연결 기술을 활용해 지방에서 글로벌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아고라’ 플랫폼을 통해 청년들이 스스로 지역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권자로 바로 서야 한다. 이들이 단순한 거주자를 넘어 ‘지역의 주인’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정책 결정에 참여할 때 인구 분산의 실효성은 극대화된다.■ 결언: 구호가 아닌 실천적 패러다임 전환으로이제 지방시대는 화려한 조감도나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5극 3특이라는 거대 담론이 성공하려면 지방을 단순히 수도권의 배후지로 보거나 행정 구역을 묶는 기계적 사고에서 단호히 탈피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하는 관성적인 정책 유혹에서 벗어나 지방이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자 미래 성장의 본거지임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기술 혁명을 발판 삼아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고, 청년들이 주권자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마지막 퍼즐이다. 이제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청년 인구 분산과 지방 자립의 결과로 그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때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지방자치TV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용국 2026-02-02 08:53:42